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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의 정치적 함의

이란-미국 모두 장기전 부담...유가, 배럴당 50~70달러 유지

[전규연·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 ] 미국 정부가 이란 군부의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두스군 총사령관을 공습 살해하면서 중동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2월 27일 이라크 키르쿠크 군기지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의 민간인 1명이 숨지고 미군 4명이 부상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미군은 29일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의 군사시설 5곳을 공습했고 시아파 민병대 25명이 숨졌다. 미군의 공격에 분노한 수천 명의 이라크 반정부 시위대가 이틀 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을 습격하자 트럼프는 대사관 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미군의 솔레이마니 제거는 이러한 맥락에서 전개됐다.

솔레이마니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 이어 이란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던 만큼 장례식과 함께 대규모 반미 시위가 열렸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로 유가는 배럴당 63달러 수준까지 상승했고,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며 엔화도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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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선제공격 시 양당 모두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 주: 2019년 5월 설문조사 결과, 자료: Ipsos, 하나금융투자

트럼프의 정치적 입장을 생각하면 이번 공격은 납득 가능하다. 이란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대이란 정책에 대해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찬반 여부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이란의 선제공격 시에는 지지 정당을 막론하고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압도적이다.

또한 트럼프는 벵가지 사태(2012년 리비아 무장 시위대의 미국 영사관 공격으로 미국 대사와 직원 3명 숨짐)에 대해 오바마와 힐러리를 비판해왔기 때문에 그들과는 다른 대응책이 필요했다. 따라서 미국은 이란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중동발 노이즈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의 향방은 이란의 추가적 도발 여부와 그 수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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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 급감, 자료: Bloomberg, 하나금융투자

다만 이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에는 이란과 미국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우선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원유 수출량이 급감한 상태이다. 공식적인 통계치는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세계은행 추정에 의하면 2019-20년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8.7%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입장에서도 과도한 무력충돌은 지지율에 부정적이다. 트럼프는 이번 사건 이후 추가적인 무력 충돌 대신 이란의 협상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군사적 충돌의 장기화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중동 갈등이 원유시장의 트렌드를 바꾸는 요인이 아니라면, 단기 변동성 확대 이후 원유 재고가 유가 상단을 제약하는 원유 초과공급 국면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WTI 밴드는 배럴당 50~70달러 수준으로 유지한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예상보다 격화될 경우에는 유가가 70달러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전규연·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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